구글의 승부수: 인텔과 손잡고 AI 시대의 주도권을 노리다

알파벳(Alphabet)의 AI 전략 핵심에는 오랫동안 자체 제작한 맞춤형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구글이 10여 년 전부터 개발해 온 텐서 처리 장치(TPU)는 AI만을 위해 설계된 전용 프로세서로, 구글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무기였죠. 이 애플리케이션 특정 통합 회로(ASIC)는 AI 모델을 구축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복잡한 행렬 및 벡터 연산을 처리하기 위한 최적의 계산 능력을 제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구글의 행보는 조금 더 과감해졌습니다. 바로 인텔(Intel)과의 협력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동안 인텔과 구글이 AI용 프로세서를 함께 개발해 온 것은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기존에는 생산을 대만 TSMC가 전담했습니다. 그러나 AI 붐이 거세지면서 TSMC의 생산 능력조차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버거워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서 인텔이 등판합니다. 구글은 2028년까지 300만 개의 TPU를 인텔을 통해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단순히 주문을 넣은 정도가 아닙니다. 구글은 수개월 동안 인텔의 칩 패키징 기술을 엄격하게 테스트하며 인텔이 자신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 검증했고, 그 결과 확신을 얻은 셈이죠.

이번 대규모 주문은 인텔 입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구글이 더 이상 최첨단 칩 생산을 TSMC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신호탄이니까요. 이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AI 수요를 등에 업고 다시 힘을 얻고 있다는 강력한 방증이기도 합니다.

물론 인텔 주가가 지난 1년간 500% 넘게 급등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시장은 지금 인텔을 ‘완벽하게 부활한 기업’으로 보고 달려들지만, 실제 기업 내부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치열합니다. 인텔은 현재 기업 역사상 가장 야심 차고 비용이 많이 드는 대대적인 턴어라운드(구조 개선)를 진행 중입니다. 인텔 CEO의 말처럼 1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의 생존을 걱정하던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생산 능력을 얼마나 빨리 확장하느냐가 화두가 된 셈이죠. 지금 인텔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이 회사가 정말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시장의 기대가 너무 앞서 나간 건 아닌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텔의 주가는 상당히 높은 기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매출 대비 주가 비율(P/S)은 11.8배로 S&P 500 평균인 3.3배의 세 배를 훌쩍 넘습니다. 현금 흐름 기준으로 봐도 멀티플이 63.4배에 달해 시장 평균인 15.2배의 네 배가 넘는 수준이죠. 현재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잉여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지금의 실적’이 아니라 ‘미래의 지배력’에 거액의 프리미엄을 얹어 지불하고 있는 셈입니다. 투자자들은 인텔이 새로 짓는 공장과 기술들이 결국 AI 시대의 왕좌를 되찾아올 것이라는 미래 가치에 베팅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실을 들여다보면 변화의 조짐은 확실합니다.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7.2% 성장했고, 그 엔진은 단연 AI입니다. 경영진은 AI 관련 사업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데이터 센터 및 AI(DCAI) 부문은 제온(Xeon) 서버 CPU의 강력한 모멘텀에 힘입어 매출이 22%나 뛰었습니다. 다만, 이 성장의 대가는 큽니다. 운영 마진은 2% 수준으로 S&P 500 평균인 18.4%와 비교하면 초라할 지경이고, 순이익 마진은 -5.9%로 여전히 적자입니다. 차세대 제조 공정인 ‘인텔 18A’를 구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이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재무 기반은 아직 버틸 만합니다. 인텔의 부채는 시가총액의 7.1% 수준으로 시장 평균인 21%보다 훨씬 낮습니다. 전체 자산 중 현금 비중도 16%로 일반적인 대기업보다 넉넉한 편이죠. 이 두둑한 현금 쿠션은 필수적입니다. 1분기에만 설비 투자로 50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조정 잉여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 20억 달러를 기록했으니까요. 결국 이 승부는 인텔이 비용을 감당하며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외부 파운드리 고객을 끌어들여 수익을 내는 단계까지 얼마나 빠르게 도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위험 요소는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인텔의 주가는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2022년 인플레이션 충격 당시 S&P 500이 25% 하락할 때 인텔은 63%나 폭락했습니다. 과거 주요 경제 위기 때마다 시장보다 더 크게 떨어지고 회복은 더디던 패턴이 있었죠. 옵션 시장의 변동성 지표 역시 상위 1% 수준으로, 투자자들은 여전히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인텔에 투자한다는 것은, 이 회사가 추진하는 거대한 전략적 피벗(사업 전환)에 인생을 걸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CPU가 AI 시대의 필수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공장 가동률을 높여 TSMC의 강력한 대안이 되겠다는 그 비전 말입니다. 하지만 이 비전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고, 가는 길은 험난합니다. 투자자로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경영진의 청사진이 아니라 공장에서 실제로 칩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찍혀 나오느냐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지표일 것입니다. 인텔의 턴어라운드가 단순한 희망 고문으로 끝날지, 아니면 다시 한번 반도체 제국을 건설할지는 결국 공장의 생산 성적표가 말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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