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국 증시는 다소 엇갈린 흐름을 보였습니다. 기술주들의 상승세가 꺾이고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뜨겁게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진 하루였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0.7%가량 미끄러졌고,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S&P 500 역시 0.1% 넘게 하락하며 숨을 골랐습니다. 반면 기술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다우존스 지수는 0.1% 소폭 오르며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출렁인 핵심 배경에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있습니다. 근원 물가 상승 폭이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한 것인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대외 변수가 에너지 가격을 압박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습입니다. 헤드라인 CPI는 전년 대비 3.8%를 기록하며 2023년 5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지난주 고용 지표까지 탄탄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금리 정책을 어떤 식으로 수정할지 시장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이런 와중에 중동의 긴장감은 시장을 끊임없이 흔드는 뇌관입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휴전 합의는 사실상 식물 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협상이 교착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에너지 가격으로 전이됐습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 넘게 뛰어 배럴당 102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 역시 3.3% 상승해 107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시선은 이제 워싱턴과 베이징으로 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릅니다.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무역과 AI 문제가 의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팀 쿡 애플 CEO를 비롯한 16명의 주요 기업 경영진이 이번 방중 길에 동행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파도가 시장을 덮친 지금, 투자자들은 당분간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불안감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 향방을 둘러싼 연준의 고민과 미·중 관계라는 변수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기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