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황장 속 소외된 항공주,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다

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를 다시 돌파하며 역대급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항공주들만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증권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앞다퉈 항공주를 매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가 약세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항공기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분간 뚜렷한 실적 개선 모멘텀을 찾기 힘들어 주가 반등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시장 기대 하회한 성적표와 주가 급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 대비 1.38% 상승한 2만 2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 7월 14일 기록했던 2만 6250원 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8600원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최근 기록한 52주 신저가인 8360원과 위태롭게 맞닿아 있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70% 가까이 폭등하는 동안 항공주들은 오히려 역주행을 거듭했다. 연초 대비 대한항공은 7% 하락했고, 아시아나항공(-17%), 진에어(-26%), 제주항공(-23%) 등 주요 항공사들의 주가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시장 소외주로 전락했다.

이러한 주가 부진의 직격탄은 실망스러운 실적이었다. 대한항공의 3분기 매출액은 4조 85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였던 4조 1150억 원을 2.4% 하회했다. LCC인 진에어 역시 3분기 매출 3043억 원에 그치며 시장 기대치(3448억 원)를 11% 이상 밑돌았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아직 결산이 나오지 않은 제주항공의 2025년도 매출은 전년 대비 20% 급감한 1조 5455억 원으로 추정되며, 아시아나항공은 9% 감소, 티웨이항공은 1600억 원대의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등 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공급 과잉과 고환율의 이중고

증권업계는 항공업계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공급 과잉’을 지목한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수요 대비 항공기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주가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항공협회 통계를 보면 2014년 290대였던 국내 항공기 수는 2024년 410대로 10년 새 41%나 급증했으며, 올 연말에는 432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정체되다 보니 대형 항공사(FSC)와 저비용 항공사(LCC) 가릴 것 없이 치열한 운임 인하 경쟁에 내몰리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고공행진 중인 환율도 항공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항공기 리스료와 항공유, 정비 부품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사 특성상, 원·달러 환율 상승은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외화 부채에 대한 평가 손실까지 겹치며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큰손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코스피가 역사적 랠리를 펼친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 외국인과 기관은 항공주 4개 종목(대한항공·아시아나·진에어·제주항공)에서만 6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서비스 혁신으로 돌파구 찾는 대한항공

이처럼 대내외적 악재가 겹친 상황 속에서도 대한항공은 서비스 품질 강화를 통해 위기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자사를 포함한 그룹 내 5개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가 운항하는 모든 항공기에 ‘스타링크(Starlink)’의 고속 위성 와이파이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기내 편의 제공을 넘어, 치열해진 시장 경쟁 속에서 확실한 서비스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타링크 도입이 완료되면 승객들은 상공에서도 지상과 다름없는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적인 업황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러한 과감한 서비스 투자가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녹이고 실적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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