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기업 파산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증하며, 올해 파산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 상공회의소(DIHK)는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정부의 신속한 정책 개혁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9월 파산 신청 급증, 신기록 경신 우려
독일 연방 통계청이 발표한 잠정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독일의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1.6%의 증가율을 보였던 8월에 비해서는 소폭 둔화된 수치이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수치는 법원의 파산 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지기 전의 잠정 집계로, 최종 공식 통계에는 약 3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됩니다. 최종 집계가 완료된 올해 7월 기준으로, 법원이 개시 결정을 내린 기업 파산은 총 2,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늘어났습니다. 7월 한 달간 신고된 파산 기업들의 총 채권액은 약 37억 유로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약 32억 유로)보다 크게 증가한 금액입니다.
특히 운송 및 물류 보관 업계가 파산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기록했던 21,812건(2015년 이후 최고치)을 넘어 올해 역대 최악의 파산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정부 지원책이 종료되면서 이와 같은 파산 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고물가 및 정책 불확실성이 기업 옥죄
기업 파산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는 높은 에너지 비용, 과도한 관료주의,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기업의 경영 환경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독일 상공회의소(DIHK)는 앞으로 몇 달간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DIHK의 수석 분석가인 볼커 트라이어는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 산업 생산성 저하, 그리고 경기 침체 등 독일 경제를 둘러싼 모든 지표가 좋지 않다”고 말하며, “2025년 전체로는 22,000개 이상의 기업이 결국 파산으로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트라이어 분석가는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구조 개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그는 “에너지와 인건비 등 높은 비용 구조를 시급히 개선하고,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한 세금과 관료주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근본 원인에 대한 엇갈린 시각
반면, 독일 파산관재인협회(VID)는 관료주의가 파산의 핵심 원인은 아니라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크리스토프 니어링 VID 회장은 “과도한 행정 부담은 파산의 근본 원인이기보다는, 이미 유동성 부족, 경직된 사업 모델, 공급망 붕괴, 전략적 판단 착오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기업의 위기를 가속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실제 기업 파산은 변화하는 소비 행태, 해결되지 않은 후계자 문제, 그리고 외부 충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