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다. 단순히 흐린 날씨 탓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극심한 대기오염이 지표면에 도달해야 할 햇빛마저 차단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인도 연구진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 30년(1988~2018) 동안 인도 전역에서 일조 시간이 꾸준히 감소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기상 이변을 넘어 식량 안보와 에너지 수급, 그리고 공중보건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인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인도를 덮친 어둠: 햇빛조차 뚫지 못하는 스모그
바나라스 힌두대학교와 인도 열대기상연구소 등이 참여해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인도의 일조량 감소세는 뚜렷하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고 오염이 심각한 북부 내륙 지역은 연간 일조 시간이 13.15시간이나 줄어들며 가장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청정 지역으로 여겨지던 히말라야 산맥 주변(-9.47시간)과 인도 서해안(-8.62시간)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현상의 주범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 성장, 그리고 무분별한 화석 연료 사용이다. 여기에 목재 등 생물체를 태우는 바이오매스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면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대기를 가득 메우고 있다. 특히 대기 순환이 정체되는 가을과 겨울철에는 오염물질이 돔처럼 도시를 감싸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스모그를 만들어낸다.
인도는 이미 차드, 방글라데시 등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높은 국가다. ‘랜싯’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인도 내 도시 사망자의 7.2%가 대기오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숨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년 100만 명 이상이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량 안보와 에너지 전환의 위기
문제는 대기오염의 여파가 호흡기 건강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햇빛이 줄어들면서 인도의 야심 찬 재생에너지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인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의 47%를 태양광이 차지하고 있는데, 일조량 감소는 발전 효율을 치명적으로 떨어뜨린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500GW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뿌연 하늘이 이 야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농업 분야의 타격은 더욱 직접적이다. 인도공과대학 칸푸르의 사치다 난드 트리파티 교수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에서 쌀과 밀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이 36~50%까지 급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인도의 식량 안보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수치다.
미국, 대기오염의 ‘경제적 비용’을 지우다
인도가 물리적인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축소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매연(그을음)과 오존 규제가 가져오는 건강상의 이익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여 평가하는 관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수십 년간 미국 정부는 대기오염 규제가 가져올 편익, 예컨대 천식 환자 감소로 인한 의료비 절감이나 노동 생산성 향상 등을 달러 가치로 환산해 기업의 규제 이행 비용과 비교해왔다. 하지만 EPA는 이러한 계산이 “대중에게 거짓된 정확성을 심어줄 수 있다”는 논리로 이를 폐기했다. 이는 사실상 오염 유발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느슨한 규제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물론 건강의 가치를 돈으로 정확히 매기는 것은 불완전한 과학일 수 있다. 그러나 계산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규제의 긍정적 효과를 지우고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만을 부각하는 결과를 낳는다. 세계은행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미국의 경제적 후생 손실이 연간 7,9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지만, 이러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이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려질 위기에 처했다.
건강과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EPA의 이번 결정은 대기오염을 심각한 문제로 취급하지 않으려는 일련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당국은 더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석탄 발전소 가동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으며, 에너지부는 석탄 발전소 건설 및 개선에 수억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사이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건강에 해로운 수준의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EPA가 건강 편익 계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불과 며칠 뒤, 캘리포니아와 조지아 등지에서는 심각한 매연 농도로 인해 주민들에게 실내에 머물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깨끗한 공기와 경제 성장이 상충한다는 믿음은 낡은 착각이다. 대기오염은 노년층의 치매와 신생아의 저체중, 각종 중증 질환을 유발하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깨끗한 환경이 조성될 때 기업의 투자도 뒤따른다. 인도의 뿌연 하늘과 미국의 불투명한 정책 결정은 우리에게 같은 교훈을 준다. 맑은 공기는 경제 발전의 장애물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