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스트리밍 플랫폼, 독일 내 투자 의무 논의

제작 현장과 업계의 현실

한산한 촬영장, 멈춘 카메라. 이곳에 부족한 것은 대본이 아니라 바로 제작 자금이다. 현재 독일의 드라마 및 영화 제작은 정체 상태를 겪고 있다. 이는 업계의 전반적인 현상으로, 독일 영화·TV 산업은 급증하는 제작비, 복잡한 지원 제도, 그리고 인력 부족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과 독일 시장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한국, 프랑스 등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전반의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제작자와 배우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줄어드는 주문, 치솟는 비용

바덴뷔르템베르크 영화아카데미의 안드레아스 바라이스 원장은 “현재 독일 영화·드라마 업계의 상황과 분위기는 암울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며 “제작 주문은 줄고, 비용은 오르는 데다 독일 제작사들이 해외 업체와 경쟁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인플레이션, 에너지 비용 상승, 출연료 인상, 그리고 현대적 드라마 제작이 요구하는 첨단 기술 도입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독일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실제로는 현지 투자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독일 프로덕션 얼라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제작사 80% 가까이가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한 제작 주문 감소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해외 투자 의무 도입 논의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부 장관 볼프람 바이머는 미국계 미디어 기업이 독일 미디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반면 프랑스, 스페인, 한국 등은 글로벌 스트리밍 붐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업체들이 수익 일부를 현지에 재투자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 시장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바이머 장관은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오늘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관계자들을 총리실로 초청해 ‘스트리머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이번 회의의 목적은 플랫폼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독일 시장 내 구체적인 투자 의무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다.
바이머 장관은 “독일에서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세금 혜택과 정부 지원을 받는 업체들은 독일 영화 산업에도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는 우수한 제작 인프라, 뛰어난 작가·배우, 그리고 연방 및 지방 차원의 풍부한 영화 지원 정책 등 다양한 강점이 있다며, 현지 투자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또한, 연정 협약에도 영화 지원의 일환으로 투자 의무가 명시돼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바이에른 필름 스튜디오 등과 같이 직접 스튜디오 투자 방식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며, 사적 투자자 유치가 계속된다면 ‘메이드 인 저머니’ 히트작 탄생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어권 콘텐츠 투자 확대 압박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프라임비디오 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전통 TV를 점점 대체하고 있다. 이는 독일어권 방송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예컨대 스카이 독일은 이미 예산 문제로 독일어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을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독일 영화·TV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며, 스트리밍 업체들에 지역 투자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해외 모범 사례와 현실적인 문제

오늘 베를린 총리실에서 진행되는 바이머 장관과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 간 회의에서는 프랑스와 한국의 제도를 독일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이미 법적 규정에 따라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의 현지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다만, 독일어권 콘텐츠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다양한 연구에서도 드러났듯, 많은 시청자들은 독일어권 드라마와 영화가 완성도와 내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느낀다. 이처럼 이미지 문제에 더해 높은 에너지 비용, 출연료, 기술 투자 부담 등도 업체 입장에서는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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